A의 지도교수는 거의 매일 아침 A의 방에 들렀다. 매일 새로운 결과가 나왔는지 궁금해 하였고 또 진행하고 있는 연구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했다. 때론 관련 연구논문을 복사해서 A의 책상위에 놓아 두곤 했다.
A는 그때는 몰랐다. 사람의 관심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어떤 방향성이 미래의 모든 것을 결정해 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당시 A는 지도교수와의 만남이 기다려지고 다각적으로 대화하기 위한 준비를 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시간이 언어적인 문제도 빨리 극복할 수 있게 해준 것 같다.
A는 연구주제를 정하는데 있어서 지도교수와 첨예한 대립을 했다. A는 약속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 학위과정을 시작하기 전에 주고 받은 편지속에는 약속이 가득했다. A가 하고 싶은 분야에 대해서 지도교수는 공감했고 그래서 모든 것을 뒤로하고 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학위과정을 시작하고나서 처음 반년동안은 연구 주제를 확정하고 범위를 정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 했다. 그런데 처음 계획하고 서로 공감했던 주제에 대한 변경이 불가피했고 결국 처음과 비교했을 때 반쪽인 계획으로 학위과정을 시작하게 된다.
당시에는 젊은 혈기에 나중에라도 원하는 부분을 섭렵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였으나 점차 처음계획에서 다소 멀어진 연구가 진행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었다. 불행의 시작인지 새로운 분야에 대한 개척인지 그렇게 스완지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당시에 A는 곡면에 빠져 있었다. 그 이유는 대학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시절 철근콘크리트 보트를 만들려고하는 A의 지도교수와 본인이 쉘의 권위자라고 자칭하는 B교수로 인해서 대학때 본의 아니게 곡면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를 달리고 있었다.
첫번째 유학에서 적층 쉘유한요소에 대한 연구를 경험했고 두번째 유학에서 다시 쉘을 대상으로한 연구를 진행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처음 계획한 재료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 최적설계에 대한 내용을 마주하게 된다. 쉘의 하중저항성능을 알기 위한 해석기법에 대한 연구보다도 일정한 하중저항성능을 가지는 곡면을 찾는 역해석에 눈을 뜨게 된다. 그리고 학위를 마치고 한참의 시간이 지난후에 곡면에 대응하는 이산화구조의 해석과 설계에 관련된 연구를 진행되게 된다.
보이지 않는 무엇을 상상하는 일보다 답답하고 또 설레이는 일은 없다. 하지만 곡면을 수학공식으로 먼저 이해하였고 그런 접근 방식에 익숙했던 A는 곡면을 설계하기 위한 새로운 방식들이 낮설기만 했다. 그리고 25년의 시간이 흘렀다. 여전히 A는 곡면을 수학적으로 먼저 이해하려고 한다. 그러나 새로운 방식에도 익숙해 졌다.
연속된 곡면의 형태로 나타나는 이산화 구조는 힘에 저항하는 방식이 단순화되고 하중저항 메카니즘을 바뀌었지만 우리들 눈에는 여전히 동일한 곡면으로 간주된다.
구조디자인은 형태와 힘의 흐름이 일치하는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일이다. 형태를 조절하고 원하는 형태의 곡면을 만들어 내는 과정 속에서 엔지니어는 아름다움과 힘의 흐름을 동시에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때에만 공감할 수 있는 곡면이 설계될 수 있다. 또 한편으로는 구조를 표현하기 위한 기하학에 대한 깊은 이해가 동반되어야 역해석이 가능하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그 기반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
엔지니어는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S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