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bot arm

좋은 것은 남기고 나쁜 것은 바꾸어야 한다.

A가 유학생활을 하고 얼마되지 않았을 때 일(Job)을 제안 받게 된다.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A가 연구하고 있는 내용이 새롭게 론칭하는 연구프로젝트에 꼭 필요했기 때문이다. 학위과정을 하고 있었던 A는 Prof. H가 부탁한 두가지 일을 하게 된다. 하나는 열조절관리기에 대한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잠수함 뚜껑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형태를 최적화하는 문제였는데 A는 일과시간 이후에 따로 시간을 내서 일을 진행하고 결과를 전달했다. A는 자신이 개발하고 있던 최적화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모든 해석을 수행하였고 간단한 보고서를 만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A는 새롭게 준비하는 연구프로젝트에 참여를 하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게 된다. 그리고 과제계획서의 일부를 담당하게 된다. 과제가 론칭될 거라는 소문이 나고 또 많은 사람이 지원을 하게 된다. 막 학위를 마친 연구실의 한 선배는 본인에게 꼭 필요한 자리이니 자신에게 양보할 수 없는지 진지하게 말을 걸어오기도 했다.

과제가 론칭되고 연구를 시작하면서 여러가지 예상치 못한 일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손님이었던 사람이 조직에 고용이 되어 일을 시작한다고 하니 그동안 살갑게 대해주던 많은 사람들이 예전과는 다르게 대하였다. 외국인이 일자리를 차지했다는 일종의 메시지라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평소보다 더 일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3개월 정도가 넘어가면서 한명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다시 예전과 같이 대해주었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생겼다. Prof . H를 통해서 비공식적으로 일을 할 때 다루었던 문서를 더 이상 직접 다룰 수가 없었다. 계약서에 외국인의 이름이 명시되었다. 열조절관리기를 만드는 회사에서도 잠수함을 만드는 회사에서도 모두 기밀문서는 외국인에게 보여주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어 놓는다. 일은 시작하였고 흥미가 사라져 가는 것 만 같았다. Prof. H는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꺼라고 했다. 하지만 이미 A는 학위를 끝내면 귀국을 할 마음을 굳히기 시작했다. 당시 3년간 세금을 내면 외국인이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었다. A는 결국 서류를 제출하지 않고 귀국하게 된다. 이때 동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이 있다.

당시 영국대학의 연구실에서 연구프로젝트를 위해서 연구원을 다수 채용하고 있었다. 물론 계약은 대학과 직접 하게 된다. 채용된 연구원이 3년이상 연구프로젝트에 참여하면 대학에서 직고용한 교원과 동일한 지위를 누리게 된다. 연구원의 하루일과는 여느 사람들과 같다. 공식적으로 오전 9시에 시작해서 오후 5시에 일과를 마치게 된다. 당시 특이하게 생각한 것은 주어진 시간에 직무에 관련된 일을 진행하지 못하면 직무에 대한 상담이 이루어지고 이때 현재의 직무가 부적합하다고 생각들면 다른 직무를 부여받을 수도 있었다. 물론 일정한 기간에 대해 모니터링을 하고 결정된다. 고용이 불안하다는 측면보다는 고용이 유연하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특별히 직장에 대한 불안감을 표출하지 않고 있었으며 사회적으로는 고용의 유연함 때문인지 전문직이 아닌 경우에는 두개의 JOB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많았다.

현재 한국이 직면하고 있는 상황을 보면 직무에 대한 치열함과 보상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의문을 가지게 된다. 특히 한국대학은 일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가 않고 직무에 대한 평가도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교원의 경우에는 연구결과를 평가기준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야 한다. 연구업적의 경우에는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연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매년 일반대중에게 직접 공시하는 방법을 동원하여 투명하게 관리하여야 한다. 영국대학의 경우 매년 책자로 학내 고용된 모든 사람들의 연구업적을 책자로 발간한다. 이는 매우 유용한데 학내의 누가 관련연구를 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도 있다. 교육 부분도 마찬가지이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연구중심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한학기에 반드시 2과목 이상을 가르치지 못하게 해야 한다. 다만 연구업적에 대한 평가를 강화하여 교원의 연구능력을 검증해야 한다. 사회봉사와 같은 어줍은 항목은 없애야 한다. 교원을 교육과 연구이외로 평가한다는 발상이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가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이다. 또한 직원이 학생의 교육에 관련된 일에 관여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것이 교육기관이 할 도리이다. 대학 내의 차별이 자행되는 것은 엄격한 기준과 평가가 없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채용한 사람들은 일정기간 근무하면 직무로써 평가받아야 하며 직고용한 교원이나 직원과 같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 하나의 예를 들면 영국은 20년도 훨씬 전에 벌써 연구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연구원이 교원과 동일하게 연금신청할 수 있게 하였다. 교원이든 아니면 연구원이든 같은 직무에 대해서는 같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 기득권이라는 것이 생긴다는 것은 사회가 느슨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무엇인가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유(?)가 그들에게는 늘 존재한다는 것이다. 연구업적에 대한 평가도 매우 엄격해야 한다. 이 나라에서 자행되고 있는 연구자들 간의 품앗이도 철저하게 배격되어야 한다. 알게 모르게 매관매직이 자행되고 또 직을 얻고 나서도 내부에서 유사한 일이 자행된다면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그래서 시스템이 필요한 것이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쉽게 알 수 있는 부조리는 뿌리를 뽑아야 한다.

지금 생각해 보아도 당시 영국대학과 지금의 한국대학과는 체질적으로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 영국은 노동에 대한 요구가 혹독하였고 또한 노동에 대한 보상 또한 정직하게 이루어지는 사회적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

사회적으로도 마찬가지이다. 20년도 훨씬 전 영국은 외국인에 대한 혜택이 대부분 없어지고 있었다. 단지 일정기간 거주를 하면 투표권이 주어졌다. 끼리끼리 모여서 끼리끼리의 기득권만 주장하는 나라에서 미래는 없다. 특히 기준없는 경쟁의 덫에 몰리는 젊은이들의 삶이 더 힘겹게 느껴진다.

설계를 하면 시제품을 만들어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이미 로봇팔을 사용하고 있다. 위 그림은 디자인된 건축구조물의 시제품을 로봇팔을 이용하여 만드는 과정을 시뮬레이션 한 것이다. 우리가 늘 잊지말아야 하는 것은 기술자체에 대한 의문보다도 왜 이러한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는지 또 발전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잊지 말아야 한다.

모두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그리고 더 나은 건축을 만들기 위해서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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