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한동안 적정기술에 대한 이야기가 세상을 가득 채우던 때가 있었다.
너무도 당연한 말이지만 막상 무엇인가에 빠져서 일을 하다보면 문제에 대한 적정기술을 찾기 보다는 어떤 하나의 기술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싶을 때가 있다.
예전에 논문을 제출하고 나서 당시에 저명한 학자로 분류되던 편집자로부터 A는 이런 내용의 편지를 받은 적이 있다. 아주 간단히 요약하면 너무 간단한 문제에 너무 복잡한 방법을 쓴 케이스로 보인다. 적정기술이 아니라는 말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생각이 같지 않다. A는 여전히 적정한 기술만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만능의 기계도 여전히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공간구조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다보면 한번쯤은 마주하게 되는 말이 Formex algebra이다. 정규교육상에서는 이러한 내용을 배우지 않는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Formex는 공간구조물의 형태를 표현하기 위한 새로운 방식으로 분류될 수 있다. 사실 이 방식은 다른 부분에서 사용될 수도 있으나 여전히 좁은 분야에서 하나의 적정기술로 남아있다. 다른분야에서는 복잡한 방법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림에 주어진 결과물은 우리에게 익숙한 형태의 구조물이지만 그 형태를 만든 과정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과 같지 않다. Formex는 어떤 한 분야에서 형태를 다루는 방식에 대한 생각의 전환이었고 그 분야에서 주목 받게 된 것이다.
Formex는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과정의 복잡성을 다소 줄여준 방식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다수의 기본 형태를 조합하여 복잡한 형태를 만드는데 적용하므로 현재 한창 무르익고 있는 자유곡면과 같은 형태를 만들어 내는 단계에서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기에는 역부족일 수도 있다.
누구나 어떤 경계속에 주어진 무한한 자유를 누린다. 그러나 그 경계를 알게 되면 순간 속박을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