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9월 11일 저녁,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저녁식사를 하려고 하는데 TV에서 낯선 화면을 보게 되었다. A는 식사를 하지 못하고 멍하니 TV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과학기술부에서는 A가 당시 근무하는 연구원에 우리나라의 격납건물이 항공기 충돌에 안전한지 파악하라고 연구원에 전화를 했고 연구원에서는 A에게 연락을 한 것이다.
A는 늦은 밤 연구원으로 복귀하여 다음날 새벽까지 격납건물의 항공기 충돌해석을 수행하였다.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진행중이던 철근콘크리트 쉘 구조물의 항공기 충돌해석에 대한 연구내용을 날밤을 새우며 한국형 원전 격납건물에 대한 항공기 충돌해석에 적용하였다.
짧은 시간이 주어진 그러한 여건에서 항공기 충돌해석을 수행하였고 국내 원전의 격납건물은 다행이도 항공기의 충돌에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A가 수행한 항공기 충돌해석의 과정과 내용 그리고 결과를 보고서로 묶고 오전에 제출하였다. 보고서의 내용은 과학기술부에 보고되었다
911 대참사 이후로, 한국에서는 항공기 충돌해석에 대한 연구결과가 논문집을 통해서 조금씩 제출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핵심적으로 다루어야 할 수치해석에 필요한 재료모델에 대한 이론적 연구와 재료모델을 수학적모델로 형성하는데 필요한 실험적 연구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다.
그리고 911 테러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파리에서 열린 OECD/NEA회의에 참석하게 된다. 원자력 강국들이 진행하는 원자력분야의 연구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원자력 분야에서 진행중인 건축/토목공학기술이 일반 건축구조물에 적용할 수 있는 첨단공학기술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17년의 시간이 지났다. 지금 원자력업계는 원전감축(?)이라는 직격탄을 맞았고 언제 그 충격에서 헤어날 수 있을 지 모르는 상황이 되었다.
지금이 우리가 걸어온 길을 조용히 한번 뒤돌아 볼 수 있는 좋은 시점이다.
선진국의 문턱을 넘고 싶으면, 우리가 관행적으로 해오던 연구사업을 멈추고, 미래를 개척할 수 있는 첨단 건축공학기술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사람은 사람을 속일 수 있어도 기술은 사람을 속이지 않는다. -S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