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세그리티 구조 형상탐색

A는 영국 케임브리지(Cambridge)대학에서 Visiting Scholar의 자격으로 1년동안 연구년제를 보냈다. 2009년 가을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케임브리지의 생활은 A의 삶에 작은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1989년 연속체 쉘에서 시작한 A의 연구는 삼차원의 공간에서 1차원의 압축과 인장의 조합으로 나타나는 텐세그리티 구조로 이어지게 되었다.

케임브리지의 겨울은 혹독했다. 박사과정을 하던 스완지의 겨울은 인접한 대서양의 영향으로 늘 포근했다. 그러나 케임브리지는 스완지와는 달랐다. A에게 다소 힘들고 지루한 겨울을 무사히 나게 만들어준 것은 함박눈이었다. 세상을 희게 만들어 버린 눈속을 걷고 눈싸움을 하면서 얻을 수 있었던 에너지는 케임브리지의 겨울을 나기에 충분했다.

케임브리지대학에 안식년을 가게된 이유는 A의 지도교수가 작고하여 스완지대학에 가야할 이유가 없어지게 되면서 이다. 차선책으로 텐세그리티 구조를 활발하게 연구하는 케임브리지 대학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처음 호스트로 생각했던 교수가 미국대학으로 자리를 옮기는 관계로 제자인 B에게 호스트가 되어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리고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공식적인 초청편지가 왔다. 초청편지에는 A가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머무는 동안 매달 상당한 금액의 벤치피(Bench fee)를 내야 되는 것으로 적혀 있었다. A는 호스트인 B에게 연락을 하여 벤치피를 웨이브(wave)하는 요청 편지를 보냈다. B는 이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케임브리지에서의 생활은 평탄하지 못했다. 수행중이던 과제로 인해서 한국을 자주 왕래했고 그 때문에 가족들에게도 마음이 편치 못했다. 한국에 남아있는 제자들과의 논문을 수정하면서 정작 케임브리지에서 진행하여야 할 개인 연구의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한국의 연구실에서 수행하던 연구를 주로 진행하면서 새로운 연구를 할 수 있는 자료와 아이디어를 정리하는데 시간을 보냈다.

역사가 오래된 케임브리지 대학에는 A가 도착할 무렵까지 3대가 함께 생활을 하고 있었다. 연속체 쉘에 연구를 집중적으로 진행한 C 명예교수 그리고 미국으로 간 C교수의 제자, 마지막으로 A를 초청해준 B교수가 마치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과 같았다. 연구자로서 3대가 함께 같은 공간에서 지낼 수 있는 환경이 아름답게만 보였다.

문득 박사과정중에 A가 교수가 되려는 것을 알게된 A의 지도교수는 A에게 하나의 질문을 던졌다. 왜 교수가 되려고 하는가? 당시 20대 후반인 A는 “구조가 너무 재미있고 가르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박사학위를 마칠 즈음에 A의 지도교수는 A에게 새로운 연구과제와 Honorary Lecturer를 오퍼(offer)하면서 영주권을 신청하고 영국에서 연구를 계속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A의 지도교수는 몇주동안이나 학교 옆 파크를 함께 산책하면서 A를 설득했지만 A는 결국 한국행을 택했다.

가끔씩 “A는 지도교수가 권하는 데로 영국에 남았더라면…”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연속체 쉘에서 시작한 A의 연구는 텐세그리티 구조에 잠시 머문적이 있다. 이 텐세그리티 구조는 스트럿(strut)과 케이블(cable)로 이루어진 구조물이다. 구조물의 힘과 변형의 관계가 압축(compression)과 인장(tension)으로만 정의되며 구조물의 평형상태를 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텐세그리티구조와 관련해서 진행해야 할 연구가 너무도 많다. 구조에 관심을 가지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나타나면 함께 연구를 했으면 하는 분야이다.

학자로서 부끄럽지 않은 삶은 그 학문적 흔적에서 엿볼 수 있다.  – S.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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